들어가기 앞서 읽어주세요.


-2ch 오컬트판에 있었다고 하는 꽤 유명한 글입니다.
-가급적이면 미성년자의 무분별한 열람을 삼가해달라고 부탁 드리고 싶습니다.
-지인분이 언급하시길래 어찌저찌 하다가 제가 번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타 및 어색한 표현 지적 환영합니다.
-내용이 꽤 많아서 한동안 이것만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아닐 수도 있고.
-절망의 세계 시리즈는 내용상 문제시 되는 부분이 많으니 퍼가지 말아주세요. 
-모든 글이 그렇지만, 모바일 보다는 PC쪽이 좀 더 정갈하게 보이는 점 양해바랍니다.













절망의 세계
-나(僕)의 일기-
<부식편>  

4장「절망 시간

사키. 미안해….







제13주 「백지(白紙)

[2월 1일(월) 흐림]

오늘이 마지막 조사였습니다. 거기서 저는 무척 꺼림칙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믿을 수 없다.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사실이다.
나는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해온 걸까. 무엇을 믿은 걸까.
어째서 이런 일이.
 

[2월 2일(화) 맑음]

사키는 아직도 잠든 그대로 입니다. 침대 옆에 서서, 저는 같은 대사를 반복했습니다.
「사키. 그건 내가 아냐….」
아무도 봤을 리가 없는데. 본 건 나 뿐이었을 텐데.
사키는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아라키 씨인 것은 눈치채지 못했다.
나라고 착각했다.
 

[2월 3일(수) 흐림]

사키는 다정했다. 나를 살인범이라 생각했어도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모르는 척 하며 평범하게 행동했다. 분명 사키는 이렇게 생각한 거겠지. 
「나만 아는 비밀로 하자.」
하지만 그 생각은 무너져버렸다. 경찰에 신고한 것은 12월 27일. 이후 나는 계속 경찰에 감시당하고 있었다. 
사키를 범했을 때, 텔레비전의 볼륨을 키우지 않았더라면 저는 잡혔을지도 모릅니다.
사키가 정말로 신사에 참배를 가지 않았더라면, 역시 저는 잡혔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키는 왜 신고했는가. 대답은 간단합니다.「나만의 비밀」이 아니게 되었으니까.
스기사키 선생이 쓸데없는 짓을.
 

[2월 4일(목) 맑음]

스기사키 선생. 그 사람은 나를 의심했었다. 내가 오쿠다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지 못 한 주제에.
의심받는 건 상관없다. 그래서 선생한테「네가 죽인 거지?」하고 들었을 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라키 씨가 죽였으니까 내가 의심을 받더라도 아무 문제는 없다. 굳이 아라키 씨가 죽였다고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일어났다. 선생은 그 잘못된 추측을 믿고, 그걸 사키에게 말했다. 12월 24일의 일이었습니다. 
선생은 자신의 추리에 취한 건지도 모른다. 디카의 존재를 아는 것은 선생뿐이었으니까.
증거를 발견한 탐정 놀이였다. 그래서, 그 추리를 알리고 싶었던 걸까요. 내가 범인이라고.
왕따의 증거를 은폐하려고 했으니 경찰에 말할 리 없습니다. 대신 찾아낸 것이, 사키.
여동생이니까 고자질할 리 없다고 생각한 걸까요. 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도 모르고. 
그리고 사키는 알아버렸습니다.「자신만의 비밀」을 다른 사람도 알고 있다는 것을.
사키가 차가운 태도를 보이게 된 때, 저는 틀린 예상으로 추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 
이젠, 늦어.
 

[2월 5일(금) 흐림]
 
가족이 범인이란 걸 알게 되면, 나라면 어떻게 할까. 그 일을 자기만 알고 있다면, 아마 숨긴다.
아는 사람이 더 있다면? 그래도 숨길 거라 생각합니다. 자수를 권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것이 사키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모두에게 들켜도 계속 부정한다. 사랑하니까. 어디에도 가지 않길 바라니까. 
하지만 사키는 신고했다. 그건 사건의 해결을 연장시키는 행위였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
문제는「왜 신고 했는가」입니다. 거기다 저에게 숨기고서. 그 이유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집니다.
사키는 나와 같이 있고 싶어하지 않았나? 어딘가로 가 주길 바랐던 건가? 사라지길 바랐다?
나는 사키를 사랑한다. 지금도 변함없다. 하지만 사키는? 사키는 정말로 나를 사랑했다? 그러긴 커녕.
사랑하지, 않았다?
 

[2월 6일(토) 맑음]
 
계속 자고 있는 사키. 사키의 마음속 저는 살인자인 그대로 입니다. 저는 필사적으로 말을 걸었습니다. 그건 내가 아니야. 
아라키 씨였어. 사키는 아라키 씨의 함정에 빠진 것 뿐이야.
그러니 사키. 눈을 떠. 일어나서 내 얘기를 들어줘. 그러면 오해도 풀릴 테니까.
거기에 우리는 사랑하고 있었잖아.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잖아.
설마 사키는「범해졌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나는 사키를 사랑해. 사키도 날 사랑하지?
어서 일어나줘. 일어나서「오빠를 사랑해.」라고 말해줘. 사키. 일어나. 눈을 떠줘….
저는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사키의 어깨를 뒤흔들며, 눈물을 흘리며 말을 걸었습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 문득 사키를 보자, 입이 조금 움직입니다. 뭔가 말하고 있어!?
그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무심코 듣지 못했습니다. 저는 신중히 귀를 기울여, 청각에 집중했습니다.

 「…토오루 씨… 도와줘….
누구야.


[2월 7일(일) 흐림]

토오루. 이 녀석 때문에 사키의 마음이 나를 향해주지 않는다.
아마 이 망할 자식이야 말로 사키의 처녀를 뺏은 남자가 틀림없다. 용서할 수 없다.
사키가 일어나기 전에 없애야 돼. 처음부터 없었던 일로 하지 않으면.
사키에겐 나밖에 없으니까.
첫째로, 사키가 입원했는데 한번이라도 병문안을 왔던가? 안 왔지? 그런 녀석이 사키를 품을 자격은 없다.
죽어죽어죽어. 죽어버려. 사키를 뺏은 새끼. 지금도 나랑 같은 공기를 마신다고 생각하면 용서할 수 없다.
내가 죽여버릴 거야. 찾아내서, 내 손으로, 죽여야 해. 사키는 내 것이야. 다른 녀석 따위에게 빼앗길 것 같냐.
없애주마.
 

제14주「진창(泥濘)」

[2월 8일(월) 맑음]
 
사키의 방을 뒤져봤습니다. 토오루와 관련 있는 기록이 없는지 찾아봤습니다.
사진은 여자들 끼리 찍은 것 뿐입니다. 수첩을 찾아냈지만 유력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은 데이트」라든가 하트마크를 붙인 메모를 보자 이유 없이 화가 납니다.
그 외에 뭔가 없나? 그리 생각한 순간, '그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컴퓨터.
너무 당당하게 있어서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요즘엔 여자애가 컴퓨터를 써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와타나베 씨나 아라키 씨, 그 오쿠다조차도 컴퓨터 수업을 받고 재미있어 했던가.
저는 사키의 컴퓨터 전원을 켰습니다. 어디서 구했는지 사랑스러운 배경화면입니다.
그리고, 찾아냈습니다. 바탕화면에 바로가기가 작성 돼 있었습니다. 파일명은「나(私)의 일기」.
이것만 읽으면. 


[2월 9일(화) 맑음]
 
나(私)의 일기」에는 제가 모르는 사키가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일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하루에 다 쓸 수 없습니다. 
사키는 홈페이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나(私)의 일기」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희망의 세계」라고 이름 붙인 그 페이지는 여자애답게 귀여운 글씨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닉네임은「sakky」. 게시판은 그럭저럭 활기를 보였습니다.
요즘엔 작성 글이 적어지는 듯 합니다. 「sakky 요즘 왜 그래?」등의 게시 글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과거 로그를 봤더니, 녀석이 있었습니다.「토오루」. 사키와 이 녀석은 넷상에서 알게 됐다.
일기는「수험공부는 힘들어」같은 내용뿐이었지만, 「토오루」가 나타나고서는 대부분 그 이야기 뿐 이었습니다.
만남, 오프모임, 고백, 그리고, 그리고, 세세세섹스에 이르기까지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역시나 행위의 내용까지는 기록되지 않아서 조금 안심했습니다. 사키는 그런 음란한 애가 아냐.
거기에, 토오루에게 차인 일까지 써있습니다. 확실히 약 3개월 전부터「토오루」는 게시판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도망쳤겠다.
 

[2월 10일(수) 흐림]

사키를 더럽혀 놓고 도망치다니 용서할 수 없다. 죽어도 찾아내주마.
우선 토오루와 사키가 만났던 곳을 찾아내야 합니다.
나(私)의 일기」에 따르면, 둘은 어떤 채팅 사이트에서 알게 된 듯 합니다.
「희망의 세계」에도 링크되어 있었습니다.
그곳은 흔히 말하는「미팅계」페이지로, 지역별로 방이 나눠져 있었습니다.
닥치는 대로 방을 들어가봤지만, 채팅인지라 게시판처럼 과거 로그는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토오루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녀석은 넷에서 사라져 버린걸까요? 
그렇다고 해도 나는 놓치지 않는다.
사키가 남긴 모든 기록을 전부 뒤져서, 찾아내지 않으면. 
사키를 완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반드시 찾아내주마.
 

[2월 11일(목) 눈]

저는「나(私)의 일기」를 핥듯이 다시 읽었습니다. 어딘가에 토오루에 관련된 힌트는 없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토오루의 이미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토오루는 우리집 근처에 살고 있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가까운지는 모릅니다.
다만, 사키와 지역 이야기로 분위기가 이어진 건 확실합니다. 거기부터 이야기가 진행 돼 오프모임까지 이르렀다.
거기서 사키는 자신이 알고 있는 고등학교에 토오루가 다니는 것을 알고, 여러 가지 수험공부 상담을 했었다.
안타깝게도 그 고등학교의 이름은 써있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써주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결국 알게 된 건 이것 뿐이지만, 「근처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큰 수확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정체만 알면 바로 없앨 수 있어.
 

[2월 12일(금) 흐림]
 
나는 바보다. 이렇게 간단한 걸 생각하지 못하다니.
지역 이야기로 이어졌다. 수험 상담을 했다. 오프모임의 약속을 했다. 일기에도 그렇게 써있었습니다. 
여기서 의문을 떠올리지 못하다니 얼마나 냉정하지 못했던 거냐, 조금만 생각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일인데.
「어디서?」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했지? 채팅에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좀 더 간편한 게 있겠지?
메일 교환. 사키의 메일을 체크하지 못했다. 일기만 읽고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바로 체크해 보았습니다. 사키답게 메일 펫 같은걸 쓰고 있었습니다. 
역시, 사키는 녀석과 메일 교환을 했었다. 메일은 제대로 로그가 남아있어서 읽는 보람이 있었습니다. 
기다려라 토오루.


[2월 13일(토) 흐림]
 
나도 바보였지만 토오루는 훨씬 바보다. 자신이 사는 곳을 메일로 전하다니 멍청하다.
사키가「어디 살아?」라는 메일에 「라이온스 맨션」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이 근처에 라이온스 맨션은 한 곳밖에 없다. 학교 근처에 있는 그거다.
거기에 더 얼빠진 짓으로, 토오루는 방 번호까지 써두었습니다. 
사키가「거기 나도 알고 있어.」라고 쓰자「417호실이니까 다음에 밖에서 한번 봐봐.」라고 지껄이고 있었습니다.
그런가. 거기 살고 있는거냐. 한번 보는 걸로는 시시하지. 다음에 놀러 가줄게.
꼭 갈게.
 

[2월 14일(일) 맑음]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 원래라면 사키에게 초콜릿을 받았을 텐데 토오루 때문에 받을 수 없습니다.
토오루가 존재하는 한 사키는 완전히 내 것이 되지 않아. 그런 거 용서할 수 있을 리 없다.
토오루는 사라져줘야 합니다. 처음부터 그런 녀석 존재하지 않았던 걸로 만들면 됩니다.
사는 곳도 알아냈다. 나머진 녀석이 죽는 걸로 모든 것이 완전히 진정될 것입니다. 
내년부터는 사키에게 초콜릿을 받을 수 있어.
이번엔 오쿠다 때의 아라키 씨처럼 대신 처형해줄 사람은 없습니다. 내가 할 수 밖에 없어.
저질러 주마.
 

제15주 「절망(絶望)

[2월 15일(월) 맑음]
 
녀석의 맨션을 보고 왔습니다. 그런 거라면 언제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오늘은 그렇게만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럼, 어떻게 죽여줄까. 가능한 만큼 괴롭혀 주고 싶다. 칼로 찔러 줄까?
왠지 생각만으로 즐거워진다. 어차피 토오루 따위 죽더라도 상관없는 녀석이겠지. 
안경 쓴 돼지에 애니 오타쿠에 지독한 컴퓨터 중독자…  그런 녀석에게 사키는 범해진 건가. 
반드시 죽인다. 


[2월 16일(화) 흐림]

칼을 사왔습니다. 딱히 재미있는 살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결국 칼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전에 영화 같은 데서 칼로 찌른 상태에서 비틀면 상당히 아프다는 얘길 들었으니 이걸로 괜찮을지도 모릅니다.
확실히 들키지 않는 한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토오루와 저는 직접 관계가 있지도 않습니다. 
용의자 중에 제 이름이 올라갈 일은 없겠죠. 친구관계를 털어도 나는 나오지 않아.
그러니 안심하고 죽일 수 있다. 


[2월 17일(수) 맑음]

왠지 두근두근 합니다. 사람을 죽이는 데 이렇게 긴장할 줄은 몰랐습니다. 
만약 누군가에게 들키게 되면 어쩌지. 역시 튈 수 밖에 없나. 도망치다 막히면?
저도 아라키 씨처럼 되어버리는 걸까요. 그건 싫다. 사키를 만날 수 없게 되잖아. 
무엇을 위해 죽였는지 모르게 된다. 그런 쓰레기의 목숨 때문에 내 인생을 날리고 싶지 않다.
그러니, 신중히 일을 진행해야 해. 사실은 지금 당장이라도 죽이러 가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 실패할지도 모른다. 
여기선 일단 참고, 긴장을 풀고 나서. 2, 3일 간격을 두고 진정되면 죽이자. 
초조함은 금물이다.
 

[2월 18일(목) 비]

토오루의 확인은 당일 하면 돼. 어차피 컴퓨터 오타쿠니까 바로 알 수 있다. 
지금은 진정하는 것에 전념하지 않으면.
거기에, 보게 되면 그 자리에서 죽여버릴 지도 모릅니다. 어디까지나 냉정하게. 
감정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당일엔 우선 방을 확인. 그리고 가까이서 녀석으로 보이는 인물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토오루처럼 보이는 인물이 오면 미행. 녀석의 집은 4층이니까 계단을 올라간다. 그 때가 기회입니다. 
혼자가 된 순간, 뒤에서 칼로 찌른다. 칼은 찔러둔 채로 도망. 이걸로 가자.
녀석이 밤에 돌아오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사람이 없다고 판단되면 어느 때든 죽여버리자. 
사람이 많이 돌아다니면 다음 날을 기다리면 돼. 얼마든지 기다려 주마.
드디어 입니다.


[2월 19일(금) 비]

내일 죽이자. 이제 충분히 진정됐다. 계획도 세웠고, 나머진 예정대로 행동할 뿐입니다.
전부 끝내면 사키는 완전히 내 것이 된다. 이제 더 이상 누구에게도 방해 당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 사키가 깨어나면 어디론가 가자. 사키만 있으면 부모도 필요없어. 사키와 함께라면 어디에든 갈 수 있어. 
도망쳐버릴까. 아무도 없는 곳으로. 목표는 없지만 사키가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어.
둘 만의 세계로 떠나버리자. 꿈이 커져간다. 우리의 미래는 희망으로 가득 차있을 것입니다.
내일 토오루를 확실히 죽이고, 사키가 깨어 나고, 어딘가 먼 곳으로.
내일은 운명의 날이다. 나와 사키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의식을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토오루. 죽어.
 

[2월 20일(토) hm1]

너무해. 말도 안 돼.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그런 건 있으면 안 되는 일인데.
나는 무엇을? 뭘 하려고 했지? 무엇을 원했지? 토오루를 없애는 것? 그래. 그것은 이뤄졌잖아.
아아아아아아. 소원은, 바람은, 목적은 달성했다. 이걸로, 이걸로 다 좋았을 텐데. 좋았을 건데.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해? 나는, 뭐였어?
아침 일찍, 나는 나이프를 들고 라이온 맨션으로 갔다. 토오루를 기다릴 생각이었다. 
우선, 토오루의 방 번호와 정확한 장소를 확인했다. 우편함에서 417호실을 확인해봤다.
거기서 나는…! 젠장. 왜 이런 곳에서 녀석의 이름이 나오는 건데!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거냐고!
거기서 나는 알아버렸다. 믿을 수 없어. 믿고 싶지 않아. 이런 거 믿을 수 있을 리 없어.
서둘러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믿을 수 없지만, 확인하지 않으면 안 돼. 사실을 알지 않으면 안 돼. 
집에 도착해 곧바로 학교의 주소록을 보았습니다. 녀석의 주소는….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써있어!! 「라이온 맨션 417호실」이라고!!
망할! 망할! 망할! 어째서야. 어째서 토오루가 너냐고. 왜냐고!! 대답해!!
오쿠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2월 21일(일) 흐림]

사라져 간다. 내가 믿었던 모든 것이.
오쿠다 토오루. 그녀석이 나와 사키를 농락했다. 우리는 놀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12월 1일. 녀석은 뭐라고 말했지?「다음에 네 여동생한테 그 사진 보여주지.」였나?
어떻게 알고 있었지. 나한테 여동생이 있다는 걸. 난 학교에서 한 번도 가족 얘길 한 적이 없다. 
아는 게 당연했다. 녀석은 이 때 이미 사키와 사귀고 있었어. 나만 아무것도 몰랐다.
사키. 오쿠다의 어디가 좋았던 거야. 녀석은 아라키 씨를 범하고, 날 괴롭히는 망할자식인데.
그런 쓰레기 새끼한테 사키는…  나는….
그런가. 그렇게 된 거였나. 전부 반대였구나. 계속 궁금했었는데 지금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오쿠다는 왜 나를 괴롭히게 되었나?」
대답은 간단하다. 나는, 사키의 오빠니까 괴롭힌 것이다. 사키의 오빠니까, 찍힌 것이다.
녀석은 쓰레기니까, 누군가를 괴롭힐 이유 같은 건 그걸로 충분했다.
망할.


제16주「인도(引導)」

[2월 22일(월) 맑음]
 
사키의 병실에 갔습니다. 내가 이렇게 절망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키. 
사키의 마음 속에서 오쿠다는 좋은 녀석인 채로 남았겠지. 불쌍한 사키. 속은 것도 모르고.
살짝 사키의 손을 잡자 왜인지 뚝뚝 눈물이 흘러 넘쳤습니다. 나는 왜 우는 거지?
사키를 오쿠다에게 빼앗겨서? 오쿠다에게 졌으니까? 분해서? 사키가, 나를 사랑해주지 않아서?
그렇지 않아! 사키는 분명 날 좋아할 터다. 오쿠다보다 훨씬 날 좋아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중, 병실에 의사가 들어왔습니다.
제게, 라기보다 사키의 가족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얘기를 들은 저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되었습니다.
사키가, 곧 깨어난다.
이야기에 따르면, 점차 회복의 조짐이 보여서 이제 1주일 정도 지나면 눈을 뜰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2월 23일(화) 흐림]
 
인터넷에서 수면제를 판매하고 있는 페이지를 찾았습니다. 당장 주문해 두었습니다.
수면제를 대량으로 마시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습니다. 죽음은 무섭지 않습니다. 
세상에 미련은 없고, 거기에…
사키는 일어나면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 줄까? 말해주겠지. 분명히. 
확인하고 싶지는 않아. 어쩌면 말해주지 않을지도 몰라. 오쿠다의 독이 아직 남아있을지도 몰라. 
이대로 라면 확인할 필요도 없다. 잠든 채라면, 확실하게 날 좋아해준다. 그렇게 믿을 수 있다.
사키. 같이 어딘가로 가자고 약속했었지. 다른 아무도 없는 어딘가로. 둘만의 세계로.
무서워할 건 없어. 사키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까. 여행 준비는 전부 내가 할 테니까. 그러니까, 사키. 
같이, 가자. 


[2월 24일(목) 비]
 
오쿠다와 관련된 이후, 저는 무척 꺼림칙한 기억이 새겨졌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끝입니다.
이 이상 불쾌한 기분이 될 일은 없습니다. 모두와는 다른 세계로 갈 거니까.
더 이상 아무하고도 관련하지 않고 끝날 수 있습니다. 결국, 제게 남겨진 것은 사키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어.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어. 사키가 있으면 충분.
1월 3일이었나? 그 날 나는 다짐했다. 「사키는 더 이상 넘기지 않는다」고.
마지막까지, 놓지 않아.
 

[2월 25일(목) 날씨 따위 몰라]

오늘수면제가집에도착했습니다저는집에있었기에직접받았습니다그래서부모에게들키지않았습니다이제와서부모한테들키
더라도아무래도상관없지만왠지모르게숨겨버렸습니다수면제는지금수중에있습니다이걸사키와함께마시면
두사람은여행을갈수있다니멋지죠저혼자라면지옥에떨어질지도모르지만사키는분명천
국에갈테니까함께가는저도천국에갈것입니다저는지금무척행복을느끼고있습니다얼마나절망
하더라도포기할수없는꿈그것은세계에서사키와단둘이되는것그것이이루어지니까저의재미도없는인생도마지막
의마지막에서조금은나아진걸까아니면지금까지가너무참혹했던걸까나는어느쪽인지모른다그런거
아무래도좋아이제조금이면꿈이이루어지니까이런시시한세계와는이제이별이니까사키와단둘이될
거니까여기는정말재미없는세계였어오쿠다에게괴롭힘당하고아라키씨에게도괴롭힘당하고와타나베씨
에게도괴롭힘당하고복수했다고생각했더니사키의전애인이오쿠다였고모른채로있었다면이렇게절망하
지않고끝났을까용서못한다고말해봤자오쿠다는벌써죽어버렸으니어떻게할수도없고하지만
역시용서못해망할나보다먼저손을쓰다니생각하기도싫어사키의몸은더러워져버렸다고깨끗하게
오염을없애주지않으면녀석의독을빼내줘야지천국에가면사키는더러운육체를버릴수있어깨끗
한영혼만이되어내가데려가줄게나도같이갈테니까내가이끌어줄게멋진세계로


[2월 26일(금) 눈부실 정도로 맑음]

지금부터 떠납니다. 그러니 저의 일기도 이걸로 끝입니다.
안녕히.
 

[2월 27일(토) 비]

저는죽었습니다. 사키도 죽었습니다. 어라? 그럼 이 일기를 쓰고 있는 나는 누구?
일기를 다시 읽어봐야지. 어디…… 약을 손에 넣어서… 앞으로 먹으려고… 그리고
둘이서 떠나려고 무리하게 대량의 약을 쳐넣고… 나도 엄청 많이 약을 마시고
무서워져서 토해냈구나.
그렇다그렇다. 그랬다. 무서워져서 약을 전부 토해버렸구나.
하지만사키는그대로죽어버렸다. 미안해사키. 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
사키, 나를 용서해. 역시 죽는건 싫어. 같이 떠나지 못해. 떠나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아무리 쓸모없더라도, 아무리 쓸모없는 인생이라도, 아무리 비참해도, 역시 살아 가고 싶어. 살아가. 살아야 해. 내가 살지 않으면 어떻게 해. 뭘까 이 느낌. 엄청나게 강한 의무감을 느낀다.
그 외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어. 아무리 부자연스러운 일도, 미쳐버린 것도, 전부 받아들여서라도 나는 살아가지 않으면 안 돼.
살아가지 않으면.
 

[2월 28일(일) 오늘도 비]
 
망가진 현실은 원래대로 돌릴 수 없습니다.
무언가 잘못됐어. 그리 생각해도 돌아갈 수 없다.
모든 것을 잃은 나는 어떻게 할 수도 없으니까. 
그러니까, 계속 살아간다.
계속 미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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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ne_pl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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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코난 2013.08.19 13: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생죽였네존나me친놈

  2. ... 2017.02.04 22: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말의 수습의 끈조차 보이지 않는 채로 꼬여버리고 비틀려버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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